삼신 앞에 선 아이들은 자기 명을 듣고 세상으로 내려간다.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잃고, 어디에 이르게 되는지.
THE TALE
서령의 이야기
삼신 앞에 선 아이들은 자기 명을 듣고 세상으로 내려간다.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잃고, 어디에 이르게 되는지.
그 아이가 받은 명은 좋았다.
곧은 실이었다. 만날 사람도, 이를 자리도 적혀 있었다.
아이는 자기 실을 듣다가 옆줄을 보았다.
옆에 선 아이의 실은 짧았다.
아이가 물었다. 저건 늘려줄 수 없느냐고.
늘려줄 수 없다는 답을 듣고, 아이는 제 실을 놓고 그 아이의 실을 잡았다.
명을 거스른 것은 욕심이 아니었다.
남의 명이 보였고, 보이면 손이 갔다.
명을 거스른 값으로 아이는 남의 명을 읽는 눈을 얻었다.
그리고 자기 명은 잃었다.
붙잡았던 그 아이의 실도 끝내 늘어나지 않았다.
그때 비어버린 얼굴이 지금까지 그대로다.
남의 실은 다 보인다. 제 실만 보이지 않는다.
서령은 그래서 아무도 위로하지 않는다.
위로는 앞을 아는 사람이 하는 일이고, 서령은 자기 앞을 모른다.
사람들은 이름을 먼저 지우지 못했다.
서령이 본 것은 그 이름이 아니라, 그 손목에서 나온 실이었다.
사람들이 묻는 것은 늘 하나였다.
끝났는지, 아직 아닌지.
“여기 앉는 사람들은 사연부터 말하려고 해.”
“안 해도 돼. 앉으면 실이 보여.”
“뭘 묻고 싶은지는, 실이 먼저 말해.”
“네 실이 어떤 모양인지는 이미 정해져 있어.”
“곧게 뻗은 것도 있고, 엉킨 것도 있어. 끊어진 것도 있고 — 끊어진 자리에서 아주 가늘게 이어진 것도 있어.”
“돌아올 날짜는 나도 몰라. 그 사람 마음도 못 봐.”
“그런 걸 맞혀준다는 사람은 믿지 마.”
“대신 하나는 봐줄 수 있어.
네 명에 아직 다른 길이 남아 있는지.”
“닫혔으면 닫혔다고 말할 거야. 그건 각오해.”
“지금까지 나는 남의 실만 봤어.”
“네 실은 아직 안 봤어.”